산/지리산이야기

지리산 이야기 -19. ( 반야봉. 서경덕. 空의 사상. 심마니 능선. )

donkyhote 2010. 5. 14. 01:50

반야봉(般若峰).

 

............................................
............................................
'지리산 제 3 경 - 반야봉의 낙조.'
..............................................
..............................................

 

 


 

 


천신을 유혹해 그 정기를 뿌리게 한다는 산세.

'엉덩이가 예쁜 여자'를 떠오르게 하는 반야봉.

옛부터 한반도 민간신앙 지모신(地母神)의 상징.

 

반야봉에 옛부터 전해져오는., '마고부인 전설'.
'외래 종교' 불교가 마고 전설에 기대어 정착한 곳.
'반야봉의 낙조'는 천신을 유혹하는듯 선정적인 경관.

 

'시각적으로 성욕을 자극하는 노을빛.'


여성이 성적흥분을 감추려는듯한 노을빛 립스틱.
엎드려 있는 여성의 엉덩이 모양에서 유래된 하트.
선정적인 여성일수록 엉덩이 모양도 예쁘다고 한다. 

'화살이 꽂힌 하트 문양은 성애를 상징.'


천신의 정기를 갈구하는 반야봉 산세.
'천신의 정기' 비는 모든 생명의 씨앗.
하여, 반야봉은 토속신앙 기우제의 산실.

반야봉 쌍곡선 산마루는 생명의 산실 같다.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비는 곧 천신의 정기.
천신의 정기를 흩뿌리게 하고마는 유혹적 산세.

하늘을 향해 엉덩이를 드러낸채 엎드려 있는 여인.
천신의 정기가 가뭄의 단비처럼 쏟아지길 비는 기우.
엉덩이 드러낸 무녀들이 일제히 산상에서 방료를 한다.

 

삼남지방 기우제 풍습의 산실., 반야봉.


젊은 미녀일수록 기우 효험이 크다는 믿음.
가뭄일수록 유혹적이고 자극적인 기우제 행사.
생명의 단비를 내려 달라 천신을 향해 갈구한다. 

 

 

 

 

 

 

모계사회 무당은 천신에게 엎드려 경배.
목욕재개 후에 천신의 정기를 애타게 갈구.
비를 불러 땅에 생명을 불어넣게 하려는 의식.

 

가뭄 때 무당들이 엉덩이를 드러낸 기우제 의식.
선정적인 자태일수록 효험이 있다고 여기는 풍습.
모계사회의 통치자 무당의 기우 의식에서 유래된듯.

 

..................................<찾아가는 길.>...................................
* 반선 전적기념관 - 심마니능선 - 달궁 삼거리 - 심원 삼거리
- 중봉 - 반야봉 - 중봉 - 묘향대 - 이끼폭포 - 반선 (1코스)
(달궁 제 1 주차장 화장실 뒷편으로 오르는 길은 출입통제구역)

* 반선 - 이끼폭포 - 묘향대 -삼도봉 - 뱀사골 - 반선 (2코스)
................................................................................................

전북 남원 산내면
전남 구례 산동면
그 경계선 '반야봉'

<반야>란 우리말로 번역하면 '지혜'란 뜻이다. 
어리석은 자가 머물면 무심의 지혜를 얻는다는 곳.
원래, '지리산' 지명의 뜻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반야봉은 '마야부인과 반야 도사' 전설의 고향.

마야부인은 지리산의 女神인 천왕봉의 천왕성모.
그 여신은 선도성모 또는 마고(麻古), 노고(老姑)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우는 천신(天神)의 딸이다.

그녀는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던 반야를 만나 결혼
천왕봉 아래 백무동에서 함께 살며 8 딸을 낳았다.
그러던 중 깨우침을 얻으려 반야봉으로 떠난 반야.

마야부인이 백발이 되도록 반야는 돌아오지 않는다. 
마야부인은 반야를 기다리며 나무껍질로 옷을 만든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반야를 원망하며 옷을 찢어버린다.

그 갈기 갈기 찢어버린 옷이 바람에 날려가
반야봉의 풍란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그래서인지 반야봉 주변에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는데
하늘이 반야와 마야부인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하는 것.
생전에 못 이룬 사랑을 죽어서나마 이루라는., 하늘의 뜻.

애틋한 전설과 낙조가 아름다운 반야봉 가는 길
여러 갈래지만 대개 종주 등반 중 잠시 들르는 곳.
주능선 상의 노루목 또는 삼도봉에서 오를 수 있다.

지리산 종주 중 이곳을 다녀오려면 약 1시간 소요.
그 때문에 반야봉을 생략하고 그냥 지나치게 된다.

탁트인 사방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는 반야봉의 정상.
그곳에 오르면 마치 스스로 신선이 된 느낌을 받는다.
5월이면 철쭉의 향연이 펼쳐지고 야생화가 만발하는 곳.

환상적인 운무가 흐르면 탄성이 나오는 곳.
엎드린 여성의 둔부를 닮은 듯한 반야봉 산세.
쌍곡선 아래 깊숙한 계곡에 달궁을 간직한 산세.

천신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경배하는 여인의 자태.,반야봉.

반야봉 낙조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반야봉이 품은 또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
과연, 그렇게 불리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야봉 북쪽은 남원으로 가는 길.
반야봉 남동쪽은 진주로 가는 길.
남원과 진주는 옛부터 풍류의 본향.

오늘날까지 명성을 떨치는 여류시인 명기들
가슴과 애간장을 태우는 구구절절한 싯귀들.

'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일까?'

반야봉의 쌍곡선 산세는 생명의 산실과도 같다.
마치, 천신의 정기를 받으려는 여인의 선정적인 자태.
그 독특한 산세를 배경으로 작품사진 촬영도 많이 한다.

흰눈에 덮인 반야봉을 멀리서 보면 더욱 더 교태롭다. 
수줍은 얼굴을 대지에 묻고 엎드린 속치마 차림의 여인.
엉덩이를 드러내고 엎드린채 님을 향해 사랑을 갈구하듯.

님을 기다리다 지친 여인의 흐느낌 같은 바람소리.
반야봉은 '마야부인의 전설'이 애닲은 전설의 고향.
반야봉의 신비로운 낙조(落照)는 '지리산의 제 3 경'.

활활 타는 노을과 더불어, 반야봉 운해는 감동적 비경.
반야봉의 낙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다.
반야봉은 종교 철학 사상 사랑 등 다양한 의미의 산세.

반야봉은 심마니 능선 불로초로 알려진 약초 자생지.
백두대간의 3 수호신 중에서 불로초를 지키는 방장신.
진시황이 불로초를 얻으려고 서불을 보낸 곳이 방장산.

'천왕성모의 영원한 젊음은 불로초 효험 아닐까?'

불로초가 상징하는 영원한 삶이란 득도를 뜻하는 것 같다.
부귀영화와 가정까지 버리고 이곳에서 도를 닦던 스님 반야.
반야봉은 온갖 유혹과 고초를 이겨야 오를 수 있는 산세이다.

지리산 주능선과도 동떨어진 곳에 홀로 있는 수도승 같다.
반야봉은 사람마다 다른 갈망을 말 없이 품어 안는 것 같다.
불노초는 인간에게 영원한 젊음과 삶을 보장하는 신비한 약재.

이곳은 지리산 종주 도중에 잠시 둘러보 듯 찾기 보다는
반선을 들머리로 심마니 능선 또는 달궁에서 올라야 비경.
반야봉 등산에 촛점을 둔다면 이곳 들머리 산행이 좋을 듯.

1960년대 지리산 종주 들머리는 반야봉 아래 달궁.
1967년 국립공원 1호, 1970년대 초 개발된 지리산.

반야봉은 산세가 험해 조난 위험이 높았던 곳.
하여, 안전한 노고단 화엄사 입구 코스가 각광.
지리산 종주는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로 정착된다.

'하여, 차츰 등산객들에게 소외된 반야봉.'

옛부터 지리산 제 2의 봉우리로서 명성 높았던 곳.
반야봉(1,732m)은 소백산맥에서 갈라진 지리산 줄기.
강원도 속초에 있는 설악산 대청봉(1,708m)보다 높다.

주위에 삼도봉 토끼봉이 있는 화강편마암 급경사 바위산
산세가 비교적 험하며 남사면에서는 섬진강의 지류가 발원,
북사면에서는 산내천이 발원해 남강으로 흘러 낙동강과 합류.

월귤 만병초 등의 고산식물 및 산삼의 자생지.
지금은 산삼이 희귀해 심마니 마을도 사라졌다.
하여, 심마니 능선 지명이 옛 전설을 대변한다.

거미줄 같은 미로의 심마니 능선은 초암릉 지대.
전문 산악인이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곳이다.
심마니 능선은 그 아래 뱀사골 계곡과 나란히 있다.

'구도자의 고행을 뜻하는., 반야봉.'

 

 

 

<달맞이꽃/ 가수 김정호.>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띠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아 아 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한 새벽 올 때까지 홀로 피어
쓸쓸히 쓸쓸히 시들어 가는
그 이름 달맞이꽃

아 아 아 아 서산에 달님도 기울어
새파란 달빛아래 고개 숙인
네 모습 애처롭구나

 

 

 

 

서경덕.

 

 


'이조시대 성리학의 대가., 서경덕.'

16세기 초 서경덕은 남명과의 인연으로
며칠씩 함께 고생하며 천왕봉까지 올랐다.
그는 성리학 연구를 위해 반야봉에도 올랐다.

 

......................................................................... 
"지리산은 우뚝 솟아 동녘 땅을 다스리고 있어
올라와 보니 마음속의 눈이 끝도 없이 넓어지네.'

'험봉들이 춤을 추듯 연이어 솟은 봉우리들.
아득하기만 한 조물주의 공로 그 누가 알리오.

대지에 담긴 현란한 정기는 안개 비를 일으키고
하늘을 머금은 듯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산은 다만 나를 위하여, 구름과 안개를 걷우어 내니
천리길 마다 않고 찾아온 정성이 하늘에 통한 것일까?'

'허공은 어떻게 바람을 일으키는 것일까? ' - 서경덕. 
.............................................................................

이조시대에 성리학이 전성기일 무렵 불교는 쇠퇴.
반야봉은 불교의 산실에서 성리학의 산실로 탈바꿈.
성리학자가 깨닳아야 할 사상과 철학이 담겨진 산세.

반야봉은 이조시대에 들어와 성리학의 산실.
유교 불교 도교 한계선을 넘어선 사상의 산실.
우리나라 민족 사상을 선도하는 곳으로 자리매김.

..................................................
"태허는 말끔하여 형체가 없다.
이를 선천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는 끝이 없고
과거에 시초가 없었으며 앞으로도 한끝을 모른다.

말끔하게 허하고 고요한 것이 기의 시원.

끝없이 넓은 우주에 꽉 들어차서
빈틈이 없고 털끝 하나도 드나들 수 없다.
그것을 끌어당기려면 허하고 잡으려면 잡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사실은 차 있으니 없다고 할 수 없다.
한계가 없는 것을 태허라 하고 시초가 없는 것을
기(氣)라고 하니 허(虛)가 바로 기(氣)이다.

허가 본래 무궁하고
기 역시 무궁하니
기(氣)의 근원은
처음부터 하나."  -    서경덕
............................................

....................기일원(一元)의 철학.......................
서경덕은 만물의 근원과 운동변화를 기(氣)로써 설명,
그 기를 능동적이고 불멸하는 실체로 본데 특징이 있다.
그는 세계의 시원을 허(虛) 또는 태허(太虛)라고 보았다.

여기에서 그가 말한 태허는 곧 물질적인 기이며
이와 같이 만물의 근원을 기로 설명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정신, 천지만물은 기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하나의 기가 나뉘어 음양이 될 때
양이 변화를 극한 것이 하늘이 되고
음이 모이고 응결한 것의 극이 땅이 된다.

양의 정수가 맺혀 해가 되고
음의 정수가 맺혀 달이 된다.

나머지 기운이 별이 되고
땅에서는 물과 불이 된다.

물질적인 기는 시작도 종말도 없으며,
따라서 창조도 소멸도 없다는 전제로부터
사물은 소멸되어도 물질적인 기는 흩어질 뿐
소멸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은 당시 독창적인 것

한편 인성론에서는 전통적인 성선설을 주장하고,
聖人이 되기 위한 수양방법으로 주정(主靜)을 제시
서경덕의 학설은 당시 이황 이이의 비판을 받았다.

서경덕은 우리나라 성리학 최초로 기일원론을 전개

박주(朴洲) 박순(朴淳) 허엽(許曄) 남언경(南彦經)
민순(閔純) 이지함(李之) 이구(李球) 박민헌(朴民獻)
홍인우(洪仁祐) 장가순(張可順) 이중호(李仲虎) 등
그의 문하로서 많은 학자들과 관인들이 배출되었다.
...........................................................................

서경덕은 황진이가 죽도록 흠모했던 유일한 남자.
반야봉은 서경덕을 유혹했던 황진이의 모습 같다.
비에 젖은 옷차림으로 서경덕의 집을 찾아간 그녀.



문전박대 끝에 그녀를 집안에 들인 서경덕.
단칸방이라 자신의 잠자리를 내어준 서경덕.
그녀의 옷을 벗기우고 이불 속에 누인 서경덕.


 

'행여,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잠결인양 이불 밖으로 엉덩이를 드러낸 황진이.
그 옆에서 초연하게 밤늦도록 책만 읽는 서경덕.
그날밤 애간장이 타서 잠을 이루지 못했던 황진이.

깊은 밤에야 한 이불 속으로 들어온 서경덕
그녀 옆에 눕자마자 깊은 잠속에 빠졌기 때문.
기다리고 기다리다 홀로 몸이 달아오른 황진이.

잠결인 양 서경덕 품속으로 파고들며 유혹.
그날밤 끝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황진이.
그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유일한 남자.

결국, 그후부터 서경덕을 스승으로 모신 그녀.
평생 못 이룰 사랑을 가슴에 안고 살았던 그녀.
황진이가 죽을때까지 못잊을만큼 흠모한 서경덕.

.......서경덕1489(성종 20)~1546(명종 1)..........
유학사상 철학문제를 제기하고, 기철학 체계를 완성.
박연폭포 황진이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다.

1509년(중종 4) 요양을 위해 경기 영남 호남을 유람.
1519년 조광조에 의해 실시된 현량과에 으뜸으로 천거
사퇴하고 화담에 서재를 지어 성리학 연구를 계속했다.

1522년 속리산 지리산 명승지 답사후 기행시를 남겼다.
당시 선비들이 사화로 참화를 당하자 벼슬을 하지 않았다.
1531년 어머니 명으로 생원에 합격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1540년 김안국(金安國) 등에 의해 조정에 추천되고,
1544년 후릉참봉에 제수되었으나 사양하고 성리학 연구

이해에 병이 깊어지자 원이기(原理氣) 이기설(理氣說)
태허설(太虛說)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 등을 저술했다.

이듬해 중종이 죽자 대상복제(大喪服制)에 대한 상소
백성 생업에 지장없게 3년상을 3개월로 고칠 것을 주장.

1567년(명종 22) 호조좌랑, 1575년(선조 8) 우의정에 추증
개성 숭양서원(崧陽書院) 화곡서원(花谷書院)에 제향되었다.
...................................................................

그의 생전에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황진이.
고인이 된 그를 잊지못해 유람에 나선 황진이.
1546년 서경덕이 운명하던 해에 유람을 떠난듯.

................허균의 성소부부고에서.......................
풍악산(금강산) 태백산 지리산 지나 금성(나주) 도착.
마침 고을 원님이 목사를 대접하기 위해 베풀었던 잔치
떨어진 옷에 때묻은 얼굴로 상좌에 나가 앉았다는 황진이

이를 잡으며 태연하게 노래하고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아 여러 기생들을 질리게 했다.
...................................................................................

명문 재상가의 이생 도령과 함께
산 좋고 물 좋은 명산대천을 찾아
금강산에서 시작, 중도에 헤어지고
혼자 지리산 팔도강산 유람하던 시절.

단편적 기록이지만 지리산을 다녀간 황진이.
산행 후 남루한 행색으로도 당당했던 황진이.
당시 스승 서경덕의 발자취를 따라 유람했던듯.

 

 


공(空)의 사상.



반야봉에서 심마니 능선은 인적이 드물고 힘든 고행길.
옛 심마니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짐작할 수 있는 험한 길.
마치, 마야부인을 두고 떠난 전설 속의 구도자 반야 처럼.

가릴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이 걷기 좋은 산길.
혼자라도 좋고 둘이라도 참 좋을..인적 없는 산길.
'공(空)의 사상', '무소유의 삶'..이 떠오르는 산길.

'반야봉은 불교적 관점에서 지리산 제 1 봉.'

반야봉은 반야심경 머릿말 두 글자를 본딴 지명.
신라시대 경전 <반야바라 밀다심경>의 약칭이다.
마음 심(心)은 심장을 나타내며 심수(心髓) 중심.

...............반야심경(般若心經).............
지혜의 완성을 뜻하는 반야바라밀다 경전들의 정수
자비의 보살 관세음보살의 입을 빌려, 공(空)을 강조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보리 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도달한 때, 도달한 때, 피안에 도달한 때,
완전히 도달한때 깨달음 있나니, 축복하소서!'
온갖 고통을 진정시켜준다고 간주되는 주문(呪文)
..........................................................

반야심경은 262 자이고, 불교의식에서 반드시 독송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 알려진 구절.

"현상에는 실체가 없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현상."

'즉, 변하지 않는 실체란 있을 수 없고,
또 변화하기 때문에 현상으로 나타나며
중생은 그것을 존재로 파악할 수 있다.'

중생을 피안의 세계로 실어다 주는 큰 수레.
종래의 수행자를 '작은 수레', 곧 소승(小乘)

왕실과 부유층 지원 아래 종래의 수행자 집단
개인 해탈만 추구했던 경향을 비판한 대승불교.

이들은 중생들에 대해 행동주의 불교를 강조
그것은 보살이란 이상적 인격으로 표현되었다.

보살은 자신의 구원에 앞서 남부터 구원한다는 자비
본디 보살이란 석가모니의 성불 이전의 존재를 의미
누구든 보살이 될 수 있으며, 성불할 수 있다는 믿음.

대승불교 보살의 수행법 = 육바라밀다(六波羅密多)

보시는 수행자가 행해야 할 덕목이라는 점
모든 현상적 존재는 공(무실체)에서 비롯.

'공(空)의 세계'를 상징하는.., 반야.

대승불교의 두 주류는 반야사상과 유식사상.
반야(般若)란 인도어 '프라냐(prajna)'를 음역
사물의 피상적인 모습을 떠난, 절대 완전한 지혜.

사물을 인식하는 주관적 태도엔 늘 문제가 있다.
훌륭해 보이다가도, 형편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자기 편견으로 바라보면 제멋대로 본질이 변질된다.

한 떨기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을 때
언젠가 병들고 썩어 없어질 것을 인식.
꽃의 본성은 공(空)이고, 헛된 것(假)

그렇기에 꽃의 아름다움에 집착하지 않고
꽃의 말로를 탓하거나 서러워하지 않는다.

반야란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
이지적인 지혜의 눈을 지니게 되는 상태를 의미

...........................................
...........................................

반야봉은 '반야심경' 불교경전에서부터 유래된 지명.
대승불교에서 반야란 반야경 불교경전 속 공(空)의 사상.
'어리석은 자가 머물면 무심의 지혜를 득하게 된다.'는 의미

반야심경은 당나라 승려 현장이 인도에서 갖고온 경전.
그의 전설적인 구도의 길은‘서유기’소설의 창작 동기.
현장 삼장법사는 역경마다 관세음보살을 찾아 위기 극복.

경전을 찾아 서역을 향해 가던 어느 날
해는 저물고 산 속에서 길잃고 헤매일 때
무서운 산짐승들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 하룻밤 묶을 암자를 발견
그곳엔 늙고 병든 스님 한분이 앓고 누워 있었다.
몸은 부스럼투성이, 상처에서 고름썩는 냄새 진동.

현장은 갈길은 멀지만 꼬박 사흘을 자비심으로 간병
고름을 빨아내고, 옷을 세탁하고, 음식 만들어 먹이기
그런 정성 덕분에 스님은 차츰 원기를 회복해 일어난다.

노승은 현장에게 건네준 한 편의 경전..반야심경.

'반야심경' 경전의 핵심은 ‘공(空)의 사상'.
바람은 모양을 볼 수 없고 붙잡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닌..'공의 사상'.

'마치, 바람이 스쳐 지나치듯 강물이 흘러가듯.'

시시각각 변하는 허공의 어느 시점 어느 한 곳.
그것을 바람이라 할까? 강물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붙잡을 수도.. 파악 할 수도 없는 공(空)

아무 것도 가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무소유의 삶.
인간의 모든 감정과 물욕에서 벗어나려는 구도자 모습.
마치, 알몸 여인이 무릎 꿇고 엎드려 경배하는 듯한 산세.

아울러, 반야봉은 반야의 구도 정신이 담긴 성지.
반야는 마야부인과 결혼, 8딸을 낳고 떠난 고행 길.
부귀영화를 버리고 반야봉에서 고행길을 택한, '반야'

반야봉은 그 높이와 관계없이 지리산 제 2봉.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지리산 제 1봉.
지리산에서도 반야봉은 '불교의 성도' 중에 성도.

반야봉은 생명의 모체를 뜻하는 여인의 둔부 같은 산세.
반야봉은 북으로 남원의 기생, 남으로 진주 기생을 상징.
반야봉은 이조 성리학자들이 자연의 이치를 연구하던 장소.

지리산 산간 마을은 각각 고유한 민속신앙을 품고있다.
한반도에 불교 도교 유교가 정착되기 전부터의 민간신앙.
선사시대 또는 신석기시대부터 믿어왔던 전통적인 민속신앙.

'반야봉 또한 독특한 민속신앙 근원지.'

천왕봉에서 멀고 노고단에서 가까운 반야봉.
노루목과 삼도봉 사이에서 북서쪽에 있는 봉.
뱀사골을 오르면서 오른쪽 능선 정상이 반야봉.

반야봉은 지리산 능선과 약간 동떨어져 있다.
주능선 상에서 도보로 30분 거리 쯤 벗어난 곳.
하여, 아직도 그곳은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

반야봉은 높이와 관계 없이 지리산에서 제 2 봉.
불교적인 의미로 본다면, 당연히 지리산의 제 1봉.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심마니 능선.



반야봉 지도에서 눈길을 끄는 '심마니 능선'.
반야봉에서 뱀사골과 나란히 흘러내린 능선.
그 이름만 들어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나는 가끔 안방에  텐트 치고

야영하는 분위기를 만끽한다.

텐트 안과 텐트 밖에서의 느낌은 전혀 다른 세계이다.
텐트 안에 누워 지리산을 누비는 상상의 날개를 편다
그러다가 잠이 들면, 심마니 능선에서 ' 산삼 캐는 꿈.'

"심봤다.""심봤다."

헛꿈이라도 마냥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꿈속에서 지리산 곳곳을 헤메이는 즐거움.
텐트에서 지리산 지도를 들여다보면 즐겁다.


'지금부터 심마니 능선 속으로 들어가보자.'

반선 전적 기념관에서 반야봉까지 뻗은 능선.
사람이 다니지 않아 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다.
한때 산삼 약초가 많아 심마니들이 찾아든 곳.

산행 시작 2시간쯤 뒤부터 뱀사골의 계곡 물소리
반선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도 반야봉 야영을 각오
좀 서두른다면 노고단이나 뱀사골 대피소까지 도착.

심마니 능선은 예상보다 산세가 험란한 곳.
하여, 잘못 길을 잃으면 조난을 겪기 쉬운 곳.
원래, 약초꾼이나 심마니가 다니는 길은 험하다.

심마니란 산삼을 전문적으로 캐는 약초꾼을 말한다.
심마니 능선이란 약초꾼이 다니던 길에서 유래된 지명.
우선, 이곳에 가기 전에 산삼과 심마니에 대해 알아보자.

..........................산삼..................................................
산삼은 중국 춘추 전국시대부터 귀중하게 여겨온 약초.
옛부터 한반도에만 자생한다고 알려져왔고 부르는 게 값.
산삼은 성장이 늦고 뿌리가 곧게 내려가다가 기듯 자란다.

'산삼은 그늘지고 서늘한 800m 이하 지역에 자생.'

산삼 종자는 낙엽 섞인 땅에 떨어져, 바람과 빗물따라 땅에 묻힌다.
새나 짐승에게 먹힌 후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어 땅에 묻혀 착근한다.
착근 후 1년이 지나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되어야만 싹이 돋는 산삼.

재배 인삼은 매년 1개의 잎이 늘어나지만,
산삼은 잎 1개 늘어나는데 몇 년~ 몇십 년.

1∼5년이 되면 잎 3개 달린 가지 1개가 자라 ‘삼화(三花)’.
5∼10년이면 손바닥형 잎 5개(오출엽)가 달려 ‘파장(巴掌)’
10∼20년이 되면 2 가닥의 오출엽이 자라 ‘이갑자(二甲子)’

30년 이상이 되면 3가닥의 오출엽이 자라 ‘등대자(燈臺子)’
50년 이상이 되면 4가닥의 오출엽이 자라 ‘사품엽(四品葉)’
4품엽은 50∼80년생이라 주위에 새끼 산삼들이 번식한다.

심마니 우두머리는 보통 4품엽을 일촬(一撮)이라 부르며
부하들에게 그 주변의 새끼 산삼들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대략 100년 산삼은 5가닥 오출엽이 있어 오품엽(五品葉)

심마니는 오품엽을 일퇴(一堆)라 부르며 주위에 자손 산삼이 많다.
6가닥의 오출엽이 있는 육품엽(六品葉)은 일편(一片)’이라 부른다.
산 기슭마다 자손 산삼들이 퍼져있다면 육품엽 산삼이 있다는 증거.
..............................................................................................

"심봤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가 일행에게 외치는 구호이다.
일행은 그 구호를 릴레이로 전달하며 그곳에 모인다.
모두 다 모이면 간단한 제례를 올린 후 산삼을 돋운다.

"심봤다" 는 말은 신(神)의 마음(心)을 보았다는 뜻.

전통 심마니는 혼자 남몰래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심마니는 심메를 보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산삼으로 돈벌거나 오래 살 욕심은 심마니에게 금기사항.

꼭 필요한 사람에게 쓸 목적이라야만 돋울 수 있단다.
"돋운다."는 삼을 캔다는 뜻의 심마니들 만의 전문용어.
심마니의 독특한 제례의식을 자세히 알아 보기로 하자.

...........................심마니...........................................
“법천 삼각산령, 병가대인 구월산령, 기마불통 오대산령
천지대방 지리산령께 저희( 아무개 아무개)들이 고하오니,
天地人神의 부정을 소멸해 주시고, 일편 산삼을 살펴주십사.”

심마니는 목욕재개 산신제 후 꿈속 산삼을 찾아나선다.
삼은 눈에 보였다 안보였다 해서 변초(變草)라고도 한다.
하여, 산신령이 허락해야만 돋울 수(캘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 몇명 남지 않은 우리나라 전통 심마니들의 의식 세계

산신제 제단(祭壇)은 샘물 곁 고목이나 큰바위 아래 차린다.
청수(淸水) 음식을 차린 뒤, 향피워 술 울리고, 세 번 절한다.
청수를 뜰 때는 반드시 오른 손으로 물살을 거슬러 퍼올린다.

입산일자는 일진(日辰 ; 음양오행에 따른 하루의 간지)을 짚고
생기복덕(生氣福德)을 보고, 절명(絶命)이 든 날은 피해 오른다.

이때 개고기나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안되고,
뱀 벌레 같은 미물의 생명을 해쳐서도 절대 안된다.
상가 문상도 삼가고 상주를 봐도 못본 척 해야 한다.

심메를 보러갈 때 여자랑 잠자리를 같이 해서도 안되고
산에서 식사할 때에도 산 나무가지 젓가락을 써야 한다.
젓가락 지팡이를 만들때 싸리나무와 버드나무는 안된다.
금기를 어기면 삼을 캐지 못하고 몸을 다친다고 믿기 때문.

심마니 샤머니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 계시인 ‘꿈’.

만약 하산몽(下山夢) 또는 꿈자리가 나쁘면 즉시 하산한다.
평소 꿈에 나타난 곳이 있다면 천리 먼길도 찾아가야만 한다.
꿈에 나타난 곳을 찾지 않으면 신의 계시가 중단된다고 믿는 탓.

그러나, 꿈에 산삼을 돋우면 흉몽이라 여기고 하산해야 한다.
더덕 무 당귀 나물을 캐거나 황소 돼지 동자 꿈은 길몽이란다.
길몽 중에 길몽은 꿈속에서 여자랑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다.

'40~50세 통통한 여인과의 통정 꿈이 길몽.'

스무 살 남짓 날씬한 처녀와의 통정 꿈은 흉몽.
꿈속 여성의 몸매를 닮은 산삼을 캔다는 믿음 탓.
하지만, 빨간 모자를 쓴 숫처녀와의 통정 꿈은 길몽.

'산삼은 사람의 몸매를 가장 닮은 약초.'

남성, 여성 또는 남녀가 한몸으로 뒤엉킨 형태.
산삼은 그 모양새가 고울수록 상품 가치가 높다.
요즘 남녀지위가 동등해 심마니의 금기도 깨졌다.

예전 심마니 세계에서 여자는 부정타는 금기의 존재.
그러나, 요즘은 여성도 전문직 심마니로 활동을 한다.
여성 심마니 역시 남자 못지않게 꿈을 중요하게 여긴다.

꿈속에 건장한 남근 방망이를 보면 100년 산삼 돋울 꿈.
비몽사몽 두손으로 어루만지며 뺨에 비벼댈 정도면 길몽.
남편한테 혼날까봐 말도 못하고 산으로 달려가면 돋운단다.

'<모둠>은 심마니들이 잠자며 삼돋우기 위한 움막.'

평평한 돌구들장을 깔고 흙을 덮어 만든 베이스 캠프.
그 위에 낙엽과 짚을 깔아 만든 임시 움막 야외 온돌방.
바닥이 완성되면 나뭇가지 틀에 비바람막이 비닐 씌우기.

심마니들은 삽이나 호미 같은 농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들 놓고 짚을 깔거나 배수로를 낼 때에도 손으로 흙을 판다.
텐트 대신에 비닐을 사용하는 이유는 짐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상황버섯 석이버섯 등등을 캐면 짐 무계가 40 kg이 넘기 때문.

'심마니 길은 경사 50도가 넘는 길도 아닌 급비탈.'

정강이까지 빠지는 낙엽 덮인 길에서 한발만 삐끗하면 추락사.
석이버섯을 따러 가면 경사 130도쯤 되어 경사 50는 약과란다.
자일타고 채취 중 토종 벌꿀을 얻는 망외 부수입도 짭잘하단다.

심메를 보기 좋은 시기는 5~7월,
약효가 좋은 시기는 9~10월경이다
봄 여름 산삼은 가치가 없어 파삼(破蔘)

요즘, 등산을 겸해 산삼캐는 약초 산행 인구가 늘고 있다.
일석이조 욕심을 부리다가 험로에서 몸다치는 경우도 많다
전문 산악인 수준이 아니면 약초 산행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심마니 능선은 지리산이 산삼 자생지 임을 알려준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삼천 동자를 보낸 지리산.
지리산신 '방장'은 불로장생 묘약 불로초를 지키는.. 산신령.

천왕봉 전설 속 영원한 젊음을 간직한 천왕성모.
스님을 사로 잡은 천왕성모 젊음의 비결은 산삼.

반야를 만나 딸 8을 낳고 사랑을 잃어버린 마야부인.
구도자에게 사랑은 헛된 감정임을 일깨워주는 가르침

득도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났던, 반야.
그 발자취가 아직 남아있을 듯한 심마니 능선.
전설 속 불로초 찾아 심마니들이 오르내리던 길.

'반야봉 북사면 따라 반선으로 뻗은 심마니 능선.'

반야봉은 지리산 능선에서 보면 영락없는 여인의 둔부 곡선.
달궁을 지나 성삼재로 넘어가는 북쪽 도로에서 보는 반야봉.
그곳은 한번 들여다 보고 싶었던 여인의 그곳과 사뭇 다르다.

부드러움과 우아함 뒷면에 숨은 매서움과 깊숙한 자연의 멋.
그 멋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몸을 허락하듯 길을 열어준다.
심마니 능선는 뱀사골 계곡과 나란히 있기에 들머리는.. 반선.

능선은 가까이 다가설수록 접근 거부하는 까탈스러운 오르막.
봉우리를 넘고 안부에 올라서면 다시 내리막 오르막 여러 차례.
4~5개 봉우리를 세워보다가 그만 두며 숲 사이로 이어진 오솔길.

'숨 벅차게 비몽사몽 무릉도원 오르내리 듯.. 다시 오르막.'
오솔길 우측엔 기와지붕 같은 만복대 및 아스라한 와운 마을.
적송 군락지 지나 오솔길 막아선 고목 군락들이 정말 아름답다.

소나무 붉은 숲 헤집고 나면 점점 가깝게 다가서는., 중봉.
산죽숲 헤집고 허겁지겁 올라서야, 처음으로 만나는 이정표.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찾아 헤메다가.. 꿈결에 해후.
아직 1.5km 남은 반야봉은 초암릉과 빼곡한 원시림 틈 오솔길.
반야봉 두 곡선 사이 북쪽 음습한 골짜기 주변은 산삼 자생지.

진시황에게 불로초 및 정력 강장제로서 효험이 알려졌던 산삼.
산삼 자생지의 오묘한 산세를 보면,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것 같다.
그러나, 심마니의 치열한 삶이 느껴질 만큼 고단한 <심마니 능선>.

'이정표 좌측 길로 40분 오르면, 반야봉 정상.'

은밀한 애욕과 육체의 고단함,

물욕을 넘어야 오를 수 있는 곳.


구상나무숲 진달래, 철쭉 꽃동산을 지나 초원으로 이어지는 길.
반야봉은 천왕봉 노고단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으로 부른다.
그러나, 불교적인 의미로 보면 지리산의 주봉인 의미가 담겨있다.

'혹시, 반야는 이곳 고행을 통해, 득도한 것은 아닐까?'

반야봉을 멀리서 조망하면 두개의 연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상 표석이 있는 곳은 '상봉' 헬기장 북쪽은 '중봉'이라 한다.
6.25 당시, 포탄 자국 같은 민둥산 초원, 깨진 암석, 구덩이 흔적.

'반야봉 자락은 인적드문 거미줄 같은 미로.'

반선에서 심마니능선까지 긴 코스는 주능선에서 떨어져 있다.
숨벅차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원시림 험로가 연속되는 코스.
여성스러움 속에 깊이 숨겨진 야성적인 험준함이 원시림 지킴이.

정상에 올라선 피로감을 여인의 품처럼 감싸주는 '반야봉'.
어지간한 준족이라도 초죽음에 이르도록 지치게 하는 산세.
男心 사로 잡고 미궁 속 헤메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산세.

반야가 도를 닦기 위해 마야부인을 떠나 머물던 전설의 고향.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으로 알려진 <반야봉의 낙조>.

심마니 능선을 통해 오르는 반야봉은 처녀지 원시림 가득한 곳.
노루목에서 반야봉 가는 길은 패이고 깍이고 상처받은 살점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등산객에게 외면받는 반야봉은 다행인지 모른다.

 

 

<가지 마셔요.>

그것은 어머니의 가슴에 머리를 숙이고,
아기자기한 사랑을 받으려고 삐족거리는 입술로
표정하는 어여쁜 아기를 싸안으려는
사랑의 날개가 아니라 적敵의 깃발입니다.

그것은 자비의 백호광명(白毫光明)이 아니라
번득거리는 악마의 눈빛입니다.

그것은 면류관과 황금의 누리와 죽음과를 본 체도 아니하고
몸과 마음을 돌돌 뭉쳐서 사랑의 바다에 풍덩 넣으려는
사랑의 여신이 아니라 칼의 웃음입니다.

아아, 님이여! 위안에 목마른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셔요. 거기를 가지 마셔요, 나는 싫어요.

대지의 음악은 무궁화 그늘에 잠들었습니다.
광명의 꿈은 검은 바다에서 자맥질합니다.

무서운 침묵은 만상(萬象)의 속살거림에
서슬이 푸른 교훈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아, 님이여! 새 생명의 꽃에 취하려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셔요. 거기를 가지 마셔요, 나는 싫어요.

거룩한 천사의 세례를 받은
순결한 청춘을 똑 따서
그 속에 자기의 생명을 넣어
그것을 사랑의 제단에 제물로 드리는
어여쁜 처녀가 어디 있어요.

달콤하고 맑은 향기를 꿀벌에게 주고
다른 꿀벌에게 주지 않는
이상한 백합꽃이 어디 있어요.

자신의 전체를 죽음의 청산에 장사지내고
흐르는 빛으로 밤을 두 조각에 베이는
반딧불이 어디 있어요.

아아, 님이여! 정에 순사(殉死)하려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셔요. 거기를 가지 마셔요. 나는 싫어요.

그 나라에는 허공이 없습니다.
그 나라에는 그림자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에는 우주만상의 모든 생명의 쇳대를 가지고
척도(尺度)를 초월한 삼엄한 궤율(軌律)로
진행하는 위대한 시간이 정지되었습니다.

아아, 님이여! 죽음을 방향(芳香)이라고 하는 나의 님이여!
걸음을 돌리셔요. 거기를 가지 마셔요, 나는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