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리산이야기

지리산 이야기 - 158 ( 門 에 대한., 보이지 않는 관념. )

donkyhote 2012. 5. 3. 22:30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통천문을 통과해야 한다.

옛부터 제석단 통천문 천왕봉 오르는 길은 성역.

통천문은 하늘로 통하는..성역의 마지막 관문이다..

지리산은 수많은 사찰이 있었던 불교의 요람.

사찰마다 항상 열린 문이 있고., 닫는 문도 있다.

지리산 일대를 둘러보면 사당에도 문이 있다.
삼봉산 오도재에 요즘 복원한 성벽과 문이 있다.
구형왕릉에 가면 별도로 있는 고분의 출입문.

7단 피라미드에서 5단 중앙에 있는 감실
가로 42 cm세로 47 cm깊이 65 cm
구형왕의 영혼이 쉬는 곳
문화재 답사 여행을 다니면,
문에 대한 개념이 혼돈스럽다.
'우리 민족에게 문은 어떠한 의미일까?'

해미읍성 진남문.

궁궐, 성곽, 서원, 향교는 나름대로 어울리는 문이 있다.
규모에 맞지 않게 크면 허세를 부린다고 욕을 먹게 되고,
유교적 건축물에 다른 문을 짓는다면 질서가 흐트러진다.

동문(同門) 문벌(門閥) 가문(家門)
'성문., 바깥 사람'과 '성문., 안 사람'.
노비 승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工匠)
팔천민 중에서도 차별 대우를 받았던 백정과 무당.
양인들과 섞여 살지 못하고 성문 밖에 나가 살았다.
'성 아랫 것'이란 비칭은 그당시 낮춤말.

성문 안사람이냐, 바깥사람이냐에 따라 갈렸던 신분
성문은 통로라기 보다는 하나의 영역과 또 다른 영역
성문바깥 천민에게 성문 안은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다.

문의 종류도 가지가지가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이 있고,
남자들만 출입하는 문이 있는가 하면
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문이 따로 있다.
게다가 산자는 다니지 못하고
오직 혼백 만 다니는 문도 있다.

한용운 생가의 사립문,

문은 주인의 지체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하층민 집은 담이 없어 당연히 문도 없다.
울타리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사립문 정도.

중류층 경우는 토담에 1칸짜리 평대문이 많고,
상류층은 행랑채 문간채와 솟을대문을 세운다.
대문의 키가 행랑채와 같으면 평문,
행랑채보다 더 높으면 솟을대문이고
대문 셋이 연속되어 있으면 솟을삼문.

사대부는 솟을대문 키를 낮추어
주인의 겸허한 심성을 드러냈다.
허삼둘 가옥 솟을대문은 지나치게 높고 큰 반면,
창덕궁 후원 연경당은 키가 낮아 오히려 소박하다.

창덕궁 연경당 (키가 낮아 소박한., 솟을대문)

창덕궁 후원의 연경당에는 두 개의 중문이 있는데
오른쪽은 사랑마당으로 통하는 장양문(長陽門)이고,
왼쪽은 여성 공간인 안마당으로 통하는 수인문(修仁門)
남성 전용 장양문은 장락문과 같은 솟을대문
여성 전용 수인문은 평대문인 점이 대비된다.
솟을대문이 남성적이라면, 평대문은 여성적.

창덕궁 낙선재 후원에 여성 전용 통로., 일각문.
한쪽 담에 포도나무, 반대 편 담에 매화나무장식
남성 출입을 금하는 '금남문(禁男門)'처럼 보인다.

산자의 출입이 제한되는 문도 있다.
종묘의 중심건물 '정전'에 3개의 문
그중 남쪽 신문은 혼령만 드나드는 문.

종묘 정전 남쪽 신문과 신로,

혼백만 드나드는., 문과 통로

토지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인 사직단
사단 직단의 낮은 단이 있고 그 둘레에 홍살문이 설치
북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문은 단칸이고
북문은 신이 출입하는 문이라 하여 3칸.
사직단 북문은 신이 출입하던 곳이었다.

공간을 의미하는 향교와 사찰의 문

사직단 북문(신이 출입하는 문이라 3칸)
궁궐은 중요 전각마다 행각과 담장이 있다
그 사이사이에 일각문을 내어 소통을 하였다.
궁궐 문은 편의성만 강조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궁궐 문은 꽃담과 어울려 한층 멋이 난다.
낙선재 후원에 있는 나무 샛문이나 만월문,
덕수궁 덕홍전 서쪽담에 있는 유현문 등 전축문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 꽃담과 잘 어울린다.

덕수궁 유현문 (샛담과 잘 어울리는 궁궐 문 )
유교 건축물인 향교와 사찰문은
기능성보다 공간적 의미로서의 문.

충남 금산의 진산향교,, 향교문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출입구

내소사 천왕문 (절문은 공간과 함께 정신세계의 출입구)

절 경내로 들어서면 삼문 중 첫 번째 문이 일주문.
오직 한마음으로 부처를 향해 걸어가라는 가르침.
이 대문을 넘어서면 부처의 세계에 들어간 것이다.

일주문 다음으로는 중문인 금강문과 천왕문이다.
사천왕을 모시면 천왕문, 금강역사를 모시면 금강문
본전에 이르는 마지막 세번째 문이 불이문(不二門)이다.
진리는 둘이 아니며 하나라는 뜻이 담겨있다.
모든 번뇌를 벗어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문.
소쇄원 오곡문은 냇물이 담 아래로 흐르게 한 문.
담 아래 터진 구멍으로 다섯 굽이를 이룬다는 뜻.
사람을 위한 문이 아니라., 물을 위한 출입문이다.

▲ 소쇄원 오곡문(사람을 위한 문이 아니라 물을 위한 문)
청평사에는 천왕문 자리에 회전문이 자리하고 있다.
중생들에게 윤회의 사상을 깨우치기 위한 '마음의 문'.

창덕궁 후원 애련지 영역의 불로문(不老門)
커다란 통 돌을 다듬어 'ㄷ'자를 엎어 놓은듯.
문 이마에는 '불로문'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다.
공부를 잘 하려면 불로문 옆에 있는 금마문으로,
늙지 않으려면 불로문으로 들어가라고 청하는데
나이 든 사람은 거의 대부분 불로문으로 들어간다.

창덕궁 불로문, 이름과 생김새가 특이하다
이름으로 으뜸은 창덕궁 주합루 정문인 어수문(魚水門).
신하와 임금은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아야 한다는 의미.

금줄을 달아놓아 외부인의 내왕을 삼가게 하는 문.
몸과 마음이 부정한 자는 내왕해서는 안 된다는 문.
잠그지 않은채 자물통만 문고리에 걸어놓은 농촌 문.
주인이 출타 중 임을 알리는 목적이라 정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