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허삼둘 가옥'
예나 지금이나 함양은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관문.
서울에서 함양으로 가는 길목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중 구한말 허삼둘 가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안주인 허삼둘 권위에 눌린., 남편 윤대흥.
1894년 갑오개혁으로 사회는 급격한 변화
대표적인 예로 양반 상민의 구별이 사라지고
경제력에 따른 계급 질서가 암암리에 나타났다.
즉, 누구든 돈 만 있으면 할 수 없는 게 없었다.
상민도 대감처럼 집짓고 하인도 부릴 수 있었다.
심지어 관직을 사고 파는 사건까지 비일비재했다.
양반 상민, 천민으로 확연히 구분되었던 사회에서부터
이 같은 변화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신호였는지 모른다.
"내 권세가 이리도 높소!"
사회적인 책임감은 없고
돈만 많은 요즘 사람들이
밖으로 권세를 과시하듯이
유난히 높게 세운 소슬 대문.
전국에서 새로운 '상민' 부자들이 부상하게 되는데,
허삼둘 가옥 역시 이러한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다.
1918년 진양 갑부 허씨 집안으로 장가간., 윤대흥.
당시 윤대흥의 배우자인 안주인 이름이 허삼둘.
하여, 윤대흥 가옥이 아니라 '허삼둘 가옥'이다.
옛부터 남편 권위가 하늘을 찌를듯 높았던 경상도 풍습.
부인이 한상 밥을 못먹을 만큼 지엄한., 가부장적인 남편.
가족이 먹다남은 음식을 걷워모아 부엌에서 홀로 먹던, 아내.
예나 지금이나., 영남 지방의 전형적인 가정 풍습.
그러나, 허삼둘 가옥에서는 부인 권세가 하늘을 찌른듯.
부잣집에 장가간 윤대흥은 집안에서 큰소리 한번 못쳤고,
경제력을 쥐고 있던 안주인 허삼둘이 집안 대소사를 결정
사랑채.
허삼둘 가옥이 갖는 특징은
원래 양반이 아니었다는 점
지극히 현실 생활 중심인 점.
이를테면 바깥어른이 생활하는 사랑채가 크긴 하지만
당시 사대부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독야청청'을 빼고
그 빈자리에 곳간 행랑채를 연결해 불편함을 간소화.
또한 '허삼둘 여사'의 경제력이 보여주듯
안채는 사랑채나 다른 건물에 비해 큰 규모.
구조 역시 허 여사의 안목에 맞춘 독특한 모습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안채의 평면구조.
안채는 대부분의 양반댁 안채처럼 'ㄱ'자형 구조.
그 꺾이는 모서리 부분에 부엌이 들어가 있고,
앞쪽에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냈다는 점
바로 이러한 실용적인 구조가 허삼둘 가옥의 매력.
특히 출입구 주위로 실생활에서 유용하도록
3단에 걸쳐 선반을 배치한 점이 실용적인 구조.
부엌이 건물 가운데 위치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1894년의 갑오개혁으로 대변되는 사회 변혁을 겪으며
조선 사회는 새로운 부농 계급이 등장하는 변화의 길
조선 후기 부농 생활상을 알 수 있는 허삼둘가옥 안채.
재력은 넉넉했던 허삼둘과 윤대흥 부부.
권력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듯 싶다.
집 모양에서 애써 권위를 드러내려한 흔적.
높은 담장, 높은 솟을대문, 요란한 창살과 창문
큼지막한 팔작지붕 등, 한껏 호사스럽게 지었다.
여느 안채와는 다른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ㄱ'자로 꺾이는 모서리에 부엌을 들인 점이나,
앞쪽을 통해 바로 부엌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
생활의 편의를 위한 가옥구조를 구성.
특히 출입구 양옆의 선반이 이채롭다.
여러 해 전부터 채소밭으로 쓰이는 허삼둘 가옥의 바깥마당
한때 지역 갑부로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결국은 폐가.
돈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았겠지만 기득권층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설움을 집이라도 크게 지어 보상
그 심리는 8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듯 하다.
'그러나, 높이 평가할만한 실용적인 가옥의 구조.'
거추장스런 것들일랑 모두 빼고
안채 부엌 출입구에는 3단으로 선반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게 했다.
안채 뒤편에는 사진에서와 같이 트여 있어,
날이 덥거나 할 때 바람을 쐬기에 좋게 설계.
찾아가는 길. | ||
안의에 도착하면, 허삼둘 가옥을 찾는 일은 쉽다. 안의교 반대쪽 길을 따라 광풍루 오른쪽 100m 간 후 축협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그 골목으로 들어서서 50m를 조금 못되게 걸으면 왼쪽으로 채소밭과 함께 '허삼둘 가옥'이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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