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울릉도 스노우 페스티발

[스크랩] 한국의 홋카이도, 설국 울릉도에 가다! - 방송 촬영날

donkyhote 2012. 4. 26. 08:05

산악스키 방송 촬영

방송 촬영을 하게 되면 의례 겁을 먹게 된다. 아무래도 촬영을 하게 되면 카메라를 의식을 해서 또는 방송작가 분의 요청에 따라 평소에 하던 것보다 더 많이 오버해서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나는 이번 산악스키 방송촬영에 겁을 먹었었다. 한참을 올라갔는데, 다시 찍자고 요청을 해서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더욱 걱정이 되었던 것은 촬영 전날 산악스키 멤버들과 감독님과의 저녁식사에서 감독님께서 에베레스트를 올라가는 것처럼 배낭을 꾸리고 나서 매우 가파르고 오르기 힘든 많이 힘든 코스로 촬영을 하자고 말씀을 하셨기 때문인데, 그 순간 그 말을 듣던 모든 대원들은 순간적으로 안색이 파래졌다.


다행히 이경태 회장님과 희찬이 형의 설득과 산악스키에 대한 설명으로 아주 무거운 짐들만 케이블카로 야영할 곳에 미리 옮겨놓고 옷가지들과 음식들 그리고 취사도구 등의 물건들만 짊어지고 스키 등반 촬영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난 모든 장비를 메고 촬영을 할까 봐 조마조마 했었다.


촬영당일 날이다.


하늘도 반기는지, 날씨가 매우 좋다. 파란 하늘에 하얀 눈, 그리고 바람 한 점 없는 아주 쾌적한 날씨였다.





스키 등반은 희찬이형 콘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중간중간에 카메라맨들이 따라오면서 찍기도 하고 잠시 멈추었다가 카메라맨들의 신호에 따라 동선을 움직이니 오히려 더욱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때는 대원들끼리 사진도 찍고 멋진 이 날씨를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또한 촬영하시던 분들께서도 그렇게 어려운 부탁을 하지는 않으시고 산악스키에 대한 홍보와 울릉도의 아름다움에 많이 초점을 맞추신 듯 하여 몸과 마음이 가벼운 촬영이 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는 간단한 인터뷰도 하고 산악스키를 주제로 가벼운 토론을 하는 것도 촬영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는데,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어서 들고 온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물론 소주도 함께..




그렇게 촬영을 하며 천천히 올라간 결과 석양이 질 때쯤에 성인봉에 오르게 되었다. 행운이었는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어 새빨간 석양을 한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에 신이 나서 카메라를 꺼내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석양이 완전히 질 때까지 촬영을 한 탓에 1시간여 남은 거리를 어둠 속에서 강행하여야만 했다. 다른 분들은 헤드랜턴이 있어서 앞을 볼 수가 있었지만 난 헤드랜턴이 없어서 다른 분들의 불빛에 의존해서 가야만 했다. 그런 까닭에 정말 많이 넘어졌다.


야영할 장소인 말잔등에 도착을 하니 이미 선발대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계셨던 희찬이 형님과 형님께서 저녁을 준비해 놓고 계셨다. 그리고 이미 멋진 설동도 만들어 놓으신 상태였는데, 이유는 촬영으로 인해 등반이 너무 늦어지니까 걱정이 돼서 미리 만들어 놓으신 거란다.


완전 센스쟁이 들이시다.


그러나 감독님께서 처음 눈 파는 장면만이라도 연출해서 찍자고 하셔서 부랴부랴 땀에 젖은 잠바 등을 갈아입고 삽을 들고 설동을 파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슬슬 파다 보니 서로들 흥에 겨워서 기존에 있던 설동 옆에다가 큼지막한 새로운 설동을 파게 되었다.


이게 방송의 힘인가 보다. 없던 힘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막 생긴다.




설동 작업은 백컨트리 스키어들이나 전문 산악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설동은 알프스나 히말라야 등 매우 험하고 높은 산에 해외 원정을 갔을 때 갑자기 불어 닥치는 눈보라나 조난 등을 당했을 때, 바람으로부터 몸을 피신하고 체온을 유지하게 끔 해주는 피신처이다.


설동 작업의 중요핵심은 입구는 낮게 그리고 방은 입구보다 높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더운 공기가 방안에 갇혀서 방안 온도를 영상으로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구에서부터 방을 만들며 파고 들어갈 때 꺾어 들어가면서 파야 입구에서 부는 바람이 방안에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모든 정규 촬영을 마치고 설동에 들어가 준비해온 음식들을 꺼내 저녁 준비를 하니 완전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설동 안에서 산사나이들과 다같이 먹으니 정말이지 꿀맛이 이런 것이었다.


그렇게 설동 안에서 술잔이 오고 가며 밤이 깊어갔다.



출처 : Snow Tigers
글쓴이 : 신밧드 맥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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