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의 워밍업
첫번째 워밍업
이번 KBS 영상앨범 산 촬영 팀의 울릉도에 대한 컨셉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산악스키였고 다른 하나는 울릉도 둘레 길에 대한 촬영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월요일이었고 화요일 수요일은 둘레길 촬영 그리고 목요일 금요일은 산악스키 촬영이었다.
아침 일찍 KBS 촬영 팀은 둘레길 촬영을 위해서 나가고 없었고 해서 난 처음에는 촬영 팀을 따라서 둘레 길을 따라다니며 아름다운 울릉도 경치를 구경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왠지 울릉도 파우더 눈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마음을 돌려 촬영 전 이틀 동안 울릉도 파우더 눈에 적응도 좀 할 겸해서 사전 답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희돈이 형한테 안내를 부탁했다. 첫날은 가볍게 등반위주로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날씨도 화창하고 마음도 가벼웠다. 울릉도에서의 백컨트리 스키의 즐거움중 하나는 바로 캐나다의 스키장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Lake Luise’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스킹을 할수 있다라는 것이였다.
스키로 산을 오르며 바다가 보이는 풍경!
정말이지 가슴까지 상쾌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가볍게 등산로를 따라 등반 연습을 한 이후 산을 넘어 북면사무소 쪽으로 스키를 타고 내려와 걸어가는데 스키를 메고 걸어가는 우리를 보고 신기해하시던 울릉도 주민 분께서 트럭을 세우고 태워주셔서 손쉽게 현포항까지 가서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도동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두 번째 워밍업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눈도 많이 오고 바람도 거셌다.
희찬이 형은 산에 올라가는 것을 말렸고, 희돈이 형도 내심 탐탁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때에는 올라가는 동안 등산복이 다 젖는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몸에서 열기가 나와서 괜찮지만 올라가고 나서 시간을 지체하면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어 심하게 경련 등을 일으킬 수도 있고 운동능력 또한 저체온으로 인해 많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이렇게 눈이 많이 올때에는 자칫 내려오다가 길을 잃게 되면 저체온증도 더불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백컨트리 스키는 눈이 온 다음날 날씨가 맑을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난 촬영을 위해서 울릉도의 눈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실질적으로 내일은 하루 종일 스키 등반만 하기 때문에 촬영 전 연습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형들에게 올라 갈수 있을 정도만 올라가고 일찍 내려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희돈이 형과 길을 나섰다.
역시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거니와 몸의 열기 때문에 고글에 김서림이 생겨서 앞이 보이지 않아 고글을 벗었더니 마구 휘몰아 치는 눈보라 때문에 눈이 따가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켓에 달린 모자를 쓰고 묵묵히 땅을 보고 걷다 보니 아늑하고 재미있어 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나오다니… 정말 백컨트리 스키 매니아 인가 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앞서가던 희돈이 형이 길을 벌써 두 번째 잃어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오기를 두 번째… 그런데 우리가 지나갔던 스키 자국은 불과 10분 정도 만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당황하기를 몇 번째… 기분에도 자꾸 이상한 계곡 쪽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희돈이 형과 나는 이쯤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야호!! 드디어 비공식이지만 첫 번째 울릉도 파우더 스킹이다.
생각보다 눈 설질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내 파우더 스키가 아닌 구식 일반 알파인 스키에 알파인 투어링 바인딩 그리고 산악스키부츠여서 조금 자신감은 없었다.
그래서 조심조심 희돈이 형을 따라가는데, 슬슬 장비에 대해 적응이 되기 시작해서 스피드도 내고 트리런도 도전해보기 시작하니 얼씨구나 절로 흥이 난다.
그래서 점프도 하고 트리런도 맘껏 해보았다.
그렇게 타고 내려오기를 1시간여..
우리는 처음 등반을 시작했던 등산로 입구에 다다라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도로를 보니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희찬이 형 울릉 콘도까지 스키를 타고 내려갈 듯싶어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데 이것 역시 파우더 스킹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은 외국 스키장에서나 가능하다는 ski in & out 이었던 것이다. 순간적으로 함박웃음이 나오면서 콘도 내 벽난로에서 맥주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그렇게 몸을 녹이며 내일부터 시작될 촬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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